하나의 금융회사가 제공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의 종류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겸업주의(universal banking)와 전업주의(specialized banking)로 구분된다.
겸업주의와 전업주의 개념
겸업주의는 한 금융회사가 은행·증권·보험 등 여러 금융서비스를 취급할 수 있는 반면 전업주의는 은행·증권사·보험사 등이 각각 해당하는 고유의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국가별 형태
현재 세계적으로 겸업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으나 국가별로는 법적 형태면에서 차이가 있다.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는 은행산업과 증권산업 간에 아무런 장벽을 두지 않고 하나의 은행이라는 법적 조직체 안에서 은행, 증권, 보험 등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부겸업 시스템을 근간으로 한다. 반면에 영국 및 영연방국가, 현재의 미국에서는 은행이 자회사를 통해 증권이나 보험업무를 수행하는 외부겸업 시스템을 택하고 있다. 전업주의는 종전의 일본 및 미국의 경우처럼 은행산업과 여타 금융서비스 산업의 법적인 분리를 특징으로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전업주의를 채택하였으나 1980년대 이후 내부겸업을 확대하여 왔으며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 제정으로 미국, 일본 등과 같은 외부겸업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한편 국외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금융회사의 과도한 금융겸업 확대가 지목되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은 은행부문의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 운영을 제한하는 볼커 룰(Volcker Rule)을 도입하였으며, 영국은 예금·대출 위주의 소매은행으로부터 리스크가 높은 증권투자업무를 분리하는 ‘소매은행업 격리제도(ring-fenced bank)’를 마련하였다.
*볼커 룰: 미국 대형 은행이 자기자본으로 위험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한 은행자산운용 규제책으로 2015년 7월 22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소매은행업 격리제도: 영국의 '링 펜싱(Ring-fencing, 보호막)'이란 투자은행(investment bank)과 소매은행(retail bank) 간의 리스크 이전을 막는 규제 조항으로, 소위 소매금융업무의 보호를 뜻한다.
커머셜 뱅킹, 유니버셜 뱅킹 논란 오래전부터 지속
우리나라에서 전업주의(소위 커머셜 뱅킹) 대 겸업주의(유니버셜 뱅킹) 논쟁은 해묵은 논쟁이다.
은행이 좁게 정의된 은행업만 할 것인지, 은행업은 아니지만 다른 금융업권 업무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심지어는 전혀 금융업이 아닌 다른 비금융업(즉 소위 산업자본) 업무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하는 논쟁이다.
이러한 논쟁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었을 때는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던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였다. 이것저것 다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주장은 함께 하면 효율성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것저것 하다 보면 이쪽 손실을 떠넘기거나 하여 정당한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고, 다양한 논쟁을 거쳐 당시에 최종적으로 도달한 사회적 합의는 다른 금융업무는 동일한 금융지주회사 체제 내에서 별도의 자회사 형태로 수행하고, 산업자본은 불허한다는 것이었다.
유니버셜 뱅킹(겸업주의)은 이해상충 문제 외에 은행의 재무적 건전성에도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하는 은행이 위험을 통제 못하게 되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현재는 규제를 통해 이런 전업주의 원칙을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등을 통해 구현하고 있는데, 이런 규제체계 하에서 유니버설 뱅킹을 도입하려면 은행법을 개정하거나 금융지주회사법을 개정해야 한다.
은행이 수익률이 악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지주회사 체제 내의 대형은행들은 대략 분기에 1조 원씩 이익을 내고 있다. 이익이 오히려 너무 많이 나서 뒷말이 무성한 상태인데도 다른 먹거리에 눈을 돌리려는 시도는 좋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은행이 여타 금융업도 아닌 산업자본 업무를 반드시 겸영해야 할 무슨 설득력 있는 논거를 떠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 나아가 이런 겸업 주장은 현재 전자금융업자의 탈을 쓰고 사실상의 은행업을 노리고 있는 네이버에게 완벽한 규제 면제 논거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전자금융업자들은 “은행도 산업자본 업무를 겸영하는데 우리가 은행업을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주장하면서 은행업에 대한 무혈입성을 노릴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 전업주의 VS 겸업주의 논쟁 [전성인의 퍼스펙티브] 기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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